본다이 비치 보다
더 넓은 해변으로 같이 떠나실래요?
https://goo.gl/maps/MUXNfmPyytdyYgNA6
이번 주는 날씨도 좋고 해서 다시 바다로 갈만한 곳을 정했다. 그래서 시드니 크로눌라 비치 Cronulla Beach를 가보기로 했다.
이곳은 시드니 시티를 기준으로 남쪽에 있는 해변이다. 본다이 비치는 모래사장이 길다. 그런데 크로눌라 비치는 더 길어서 놀랐다.
이곳을 가려면 시간을 충분히 여유롭게 가지고 가야 한다. 워낙 해변이 길고 즐길 거리가 많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여유를 많이 가져갈수록 여행은 더 풍성해지는 법이니까 말이다. 특히 크로눌라 비치 Cronulla Beach가 그러하다.
이제 집을 나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출발한다.
크로눌라 기차역에 내렸다. 역에서 내려서 건물 있는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바다가 보인다.
https://goo.gl/maps/CeDShnGCPgmtJNm79
기차역에서 4분 거리에 바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조금만 걸어가도 탁 트이는 바다가 날 반갑게 맞이해준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햇살과 비치를 즐기고 있다.
해변 모래사장을 따라서 쭉 걸어가 보자. 바위에 파도가 부서지며 하얀 거품을 쏟아낸다.
길가 바위 틈에 이쁜 분홍색 꽃이 아기자기 피었다. 매번 내 눈에는 이런 작은 꽃들이 눈에 쏙 들어온다. 싱그런 잎사귀와 어우러지는 꽃을 보니 신기하다.
바닷물을 담아서 수영장을 만들었다. 이렇게 큰 바닷물 수영장은 처음 본 것 같다. 여러 명에 아저씨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나도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하지만 점심때가 한참을 지나가고 있어서 정신이 없다. 일단 점심을 먹은 후에 천천히 바다를 더 즐겨보자. 조금만 더 걸어가면 식당이 나올 것이다.
걸어오면서 보니 여려 개에 식당들이 해변 뷰 위치에 있다. 점심시간에 연인들과 사람들로 무척 부쩍거린다.
카페 겸 식당에 도착했다. 이곳도 바다가 보이는 뷰를 지닌 곳이다. 카페 안을 들어가니 평일이라 손님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로 꽉 찼다. 그래서 너무 배고픈 나머지 창가에 앉기로 했다.
그런데 내 뒤에 기다렸던 손님들은 나중에 보니 바다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아차차. 좀만 더 기다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담엔 배가 고파도 이왕 좀 더 참고 좋은 자리에서 먹도록 해야겠다.
음식을 주문하고 창가에서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마시면서 바다를 감상한다. 햇살도 따스하니 좋다 좋아. 혼자 와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 나 외에도 2명을 더 발견했다. 속으로 저분들도 아티스트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음식은 평소 안 먹는 고급 메뉴인 문어 구이를 시켰다. 음식이 나와서 먹었는데 짠맛이 강하게 들어왔다. 그거 빼고는 음식은 무난했다.
문어 구이 요리 $28, 카푸치노 $4.5
이제 배도 채웠으니 바다로 고고씽 해보자.
탁 트인 바다 위로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게 정말 이쁘다 이뻐. 마치 엽서 한 장 같은 느낌이다.
멀리서 보니 아이들이 바다에서 서핑 연습을 하고 있다. 검은색 옷을 입은 코치가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
가까이 가서 볼 겸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 위로 걸어간다. 드넓은 해변에 선탠을 하는 아가씨가 누워있다. 혼자서 저렇게 여유 자작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가까이서 보니 아이들이 파도를 즐기면서 열심히 서핑 연습을 하고 있다. 호주는 가을이어도 한낮에는 바다에서 수영할 정도로 따뜻하다. 겨울에도 날씨 좋은 날은 수영하는 사람도 많다.
서핑보드를 가져가는 아이에 모습과 바다, 하늘, 뭉게구름이 모여서 하모니를 이룬다. 아이들을 쳐다만 보는데 내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이쁜 모래사장에 미역 한 뭉텅이가 있다. 이 미역도 싱그럽고 이쁘다. 재미 삼아 내 이름도 모래에 적어본다. 이름을 적을 때 기분이 좋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데 난 모래사장에 남긴다.
해변가를 계속 걸어가다 보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보인다. 체험수업을 해변으로 나왔나 보다. 아이들 모습을 찍는데 마침 갈매기가 날아간다. 운 좋게 사진에 갈매기도 함께 담았다.
학생들은 모래사장에 글을 적고 그것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포스가 전문가 같다. 바다에 나와서 수업을 하면 사진 작품이 저절로 잘 나올 거 같다.
해변가 한 쪽에는 바위들이 가득하다. 그곳에는 바다생물들이 옹기종기 바글바글 모여살고 있다. 거북손 같아 보이는 것도 보이고 작은 조개, 소라, 게도 봤다. 물고기도 마구 헤엄쳐 다닌다. 이 친구들을 쳐다보면 시간에 구멍이 생겨버린다.
바다를 즐기는 갈매기떼를 만났다. 갈매기들이 수영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모여있다.
오늘 데이트는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나도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아저씨들처럼 해보고 싶다.
그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들어가자. 와우~~~ 물이 너무 맑고 투명하다. 물 아래가 바위들이 다 보인다. 그 속으로 작은 물고기 떼가 헤엄쳐간다. 온갖 해초들도 가득하다.
물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처음에만 조금 차갑고 계속 있으니 적응이 되어 따스하게 느껴진다. 수영을 잘 하지 못해 그저 물속에서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만 해도 기분이 장난 아니게 좋다.
파란 하늘이 보이고 투명한 물속에 내가 붕~ 뜨는 느낌이다. 다리와 팔을 휘저으면서 물속에서 장난을 친다. 역시 이곳에 와서 수영하길 잘했다며 뿌듯하다.
이제 슬 정리하고 돌아갈 시간이다. 근처 새로 지은 것 같은 화장실로 들어간다. 탈의실과 샤워시설도 겸비 되어있다. 그 안에는 오로지 나밖에 없다. 뭔가 이 넓은 곳을 나 혼자 쓰는 느낌이 짱좋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 서서 씨익 웃는 내 모습을 보니 웃기다. 그렇게 혼자 웃고 있으니 누군가가 들어온다.
샤워하고 개운한 기분이다. 그래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집으로 가려는데 바다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바닷가가 보이는 공원 나무 벤치에 앉아서 경치를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오후 바다를 즐기고 있다. 기차 시간을 확인해보니 이젠 집으로 갈 시간이다.
기차역으로 걸어오는 길에 마을을 둘러보니 가게들도 많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름이나 방학기간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는 게 느껴진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번 주도 아티스트 데이트는 성공이다.
아홉 번째 아티스트 데이트에서 총 만 8천보를 걸었다. 이번 데이트에서는 그냥 여유롭게 해변 모래사장을 걷고 물놀이를 하면서 보냈다.
내 안에 아티스트는 유유자적하기 원한다는 걸 느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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