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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매주 여행지

시드니 호주 박물관 Australian Museum 놀러가자!

by 여행작가 수니 2022. 10. 19.

시드니에 있는 호주 박물관 같이 구경하실래요?

Australian Museum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으로 1827년에 개관했으며 동물학 및 인류학 분야의 소장품 규모가 방대합니다.

이번 주는 계속 비가 내린다. 그래서 실내로 방향을 잡았다.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박물관으로 정했다. 호주 박물관(Australian Museum)을 처음으로 가본다.

신기하게도 블로그에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에 대한 글을 읽었다. 내가 지금 박물관을 가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모든 것이 모여있는 박물관으로 고고씽.

이제 집을 나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출발한다.


호주 시드니는 최근에 대중교통이나 쇼핑센터 같은 실내공간에서 마스크 사용이 다시 의무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데이트에는 마스크도 동행했다. 친구가 한국에서 선물로 보내준 마스크를 잘 사용했다.

시티 타운홀(town hall) 역에 도착했다. 약간 빠른 점심시간이지만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양식을 채워야겠다.

시티에 '돈돈시티'라는 한식당을 가기로 했다. 이곳은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층 올라가면 된다. 한식이 맛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약간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별로 없었다. 점심 스페셜 메뉴를 시켰다. 평소에 잘 요리하지 않는 메뉴를 시켜보았다. 족발과 막국수 세트를 시켰다. 가격은 $19.50이다.

족발은 부들부들 맛있고 막국수도 쫄깃하니 맛나게 먹었다. 단지 비가 오는 날씨라 기온이 높지 않아서 그런가 막국수가 차가웠다. 더운 날 시원하게 먹으면 궁합이 맞을 거 같다.


이제 박물관으로 고고씽.

박물관 가는 길에는 하이드 공원(Hyde park)을 지나가게 된다. 그곳에 안작 메모리얼(Anzac Memorial) 건물이 보인다. 하이드 공원을 지나갈 때면 항상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이 근처에서 쉐어로 살았던 20년 전 시절이 스쳐간다. 속으로 '나떼'가 떠오른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예전에 샀던 데이트 선물이었던 우산을 쓰고 걸어간다. 비가 와도 이 우산이 나를 막아준다. 흐뭇하다.

마스크를 쓰고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입장료가 무료이다. 예전에는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니 큰돈 필요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 많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내가 낸 세금으로 정부 혜택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박물관 입구로 들어오니 탁 트인 공간이 환영해 준다. 이런 넓은 공간이 정말 좋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의외로 관람객들이 꽤 있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호주 자연 사진 전시관이다. 2020년에 지리와 자연을 담은 사진들을 심사해서 선정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들과 자연을 찍었는데 꼭 마치 상상 속에서만 나올 것 같은 특이한 그런 모습들이 많았다. 미처 내가 관심을 두고 보지 않았을 뿐이지 자연에는 무지 다양한 존재들이 각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진들이 너무 이쁘고 신기해서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잠시 사진들을 감상해보자.

믿기지 않는 형광빛 연두색 뱀

섬과 산호 물고기 바다까지 이게 사진이라니?

눈밭에 걸어가는 웜뱃(Wombat)

태즈매니아 데빌인데 눈빛이 정말 무섭게 살아있다

황금박쥐가 떼로 모여서 나무에 매달려있다

색깔이며 깃털이며 부리며 꼬리며 정말 특이하다

나무에 핀 주황색 버섯인데 보석 같다

뱀에 갈라진 혓바닥이 보이는가?

버섯이 폭포 옆 바위 이끼 틈에서 자라서 하늘로 승천하는 용 같다

이외에도 아주 많은 사진들이 있다. 정말 사진작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동물들과 식물들을 어떻게 알고 가서 찍었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리고 공을 들였을지?

왜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찍는지도 알 거 같기도 하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쉽게 드러내지 않는 존재들을 만나는 여행에서 한순간 한 장에 사진을 찍는 것 아닌가?

사진 한 장이 1년에 결과일 수도 있고 몇백만 원에 비용을 사용한 후에 나온 결과 일 것이다. 게다가 행운이 없다면 절대 나오기 힘든 그런 장면이 아닌가?

관객인 나에게는 사진 한 장이지만 그 안에는 사진작가에 작은 우주가 담겨있는 것이다. 사진 전시회인 동시에 숨겨진 우주 전시장인 것이다.

사진을 볼 때마다 내 입은 벌어져서 턱이 땅으로 내려간다. 눈빛은 신기함이란 광선을 내뿜는다. 내 발걸음은 쇠고랑을 찬 마냥 무겁다.

예술이라는 것은 농축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진 한 장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많은 사진들을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동물과 식물에 대한 지식은 너무나도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 담기지 않은 자연까지 포함하면 도대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라고 하는 것은 너무 먼지 같은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전시관은 나에게 겸손함이라는 것을 저절로 알려준다.


또 다른 전시관을 찾았다. 이곳은 호주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다.

영국 사람들이 호주로 이주하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을 애보리진이라고 부른다. 이 전시관에는 그들에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전시관 한쪽에는 3분 길이 짧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호주 원주민 할아버지 두 분이 나오셔서 가장 오래된 호주 박물관, 애보리진 땅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한다. 그리고 호주 애보리진(Aborigine)들이 거주했던 장소들을 드론 사진으로 멋지게 보여준다.

가장 오래된
오스트레일리아 뮤즘
애보리진 랜드
웰컴 웰컴 웰컴

영상을 보는데 갑자기 또 눈물이 울컥한다. 이곳 호주에 원주민들에 역사를 조금 알게 되어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전시관에는 호주에 사는 동물들과 전 세계에 사는 동물들이 한곳에 모여있다. 정말 이렇게나 동물들이 많은가 싶다. 볼수록 진짜 살아있는 듯한 동물 박제와 웅장한 동물 뼈들이 전시되어 있다.

곰 박제인데 엄청나게 크다


이제 공룡 전시관으로 간다. 아이들이 오면 엄청 좋아할 공간인 거 같다. 공룡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이곳에는 다양한 공룡들이 살아있다.

공룡 뼈, 공룡 모형, 공룡알, 공룡 새끼, 공룡 역사 등 다양한 공룡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공룡 뼈가 천장에 있는데 크기가 어마 무시하다

엄청 큰 공룡 모형인데 현재 수술 중이다


이제 호주에서 사는 동물 전시관으로 간다. 이곳에는 호주에서만 발견되는 바다생물과 육지 생물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이쯤 구경하고 있으니 뇌 용량에 한계가 느껴진다. 흡수력이 느려지고 있다. 약간 빠르게 눈으로 보고 지나간다.


호주 역사관도 있다. 이곳에는 호주 이민 역사에 대한 정보가 가득하다. 호주 현대사에 기여한 여러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빼곡하다.

전시회 바닥을 스크린으로 사용해서 영상을 보여준다. 소리는 무슨 말이지 못 알아듣지만 나무 바닥에 만들어지는 화려한 색상에 혼을 빼앗긴다.


박물관 안에는 카페도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가족단위로 와도 아이들과 어른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같이 있기에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것 같다.


박물관을 구경할수록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구나를 알게 된다. 호주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식물이나 동물 같은 생물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고, 역사에 대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구경을 하면 할수록 내 지식이 쌓이는 속도보다 내가 모르는 것이 100배 더 많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박물관에 오기 전에 블로그에서 읽었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책 감상평 내용과 비슷하다. 블로거는 책을 읽은 후에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박물관을 관람을 거의 마칠 즘에는 이제는 알고 있는 세계보다는 내가 모르는 미지에 세상이 더 웅장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그 미지에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긴다.

어쩌면 내 성격도 능력도 내가 알고 있는 것 외에 모르는 미지에 것이 더 무궁무진할 것 같다. 그동안 그 알 수 없는 미지에 세상에 너무 관심을 안 주었나 싶다.

박물관에 전시되지 않는 미지에 세계가 바로 어쩌면 더 큰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미지에 내면이 더 큰 창의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기존에 내 방식대로만 밀고 나가지 않고, 낯설고 알 수 없는 지혜에 바다에 던진다면, 예상 못 한 답이나 도움을 받지 않을까?

내 얕은 지식에 오만과 오기를 내려놓는다면 더 큰 잠재력에 바다가 나를 밀어줄 거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티스트는 분명 존재하지만 어쩌면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나에게 이런 소소한 깨달음에 씨앗을 뿌려준 박물관에게 뭔가 해주고 싶다.

마침 박물관을 후원하는 하는 모금함이 눈에 띈다. 나에게 영감을 준 박물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계속 열려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5불을 기부한다.


이번 아티스트 데이트에서 아티스트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탐구를 하게 되었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은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직 찾아가지 않은 곳이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움켜잡으면 안 된다. 미지에 세상으로 내맡기는 길로 가야 한다. 비록 지금은 알 수 없지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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