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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매주 여행지

시드니 웨스트 라이드 동네 구경 그리고 도서관 West Ryde

by 여행작가 수니 2022. 10. 8.

작은 한인타운 웨스트 라이드

동네 산책길 그리고 도서관 만나러 가시죠?

 

이번 주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집 근처 걸어서 갈만한 곳을 정했다. 그래서 웨스트 라이드 도서관(West Ryde Library)을 걸어서 오랜만에 가보기로 했다.

https://goo.gl/maps/PL1vznUiGGvYLjug9

 

웨스트 라이드 도서관 · 2 Graf Ave, West Ryde NSW 2114 오스트레일리아

★★★★☆ · 공립 도서관

www.google.com.au

 

시드니에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리드컴(Lidcome), 스트라스필드(Strathfield), 이스트우드(Eastwood) 크게 세 군데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처음에 한인들이 많이 사는 이스트우드(Eastwood) 근처에 정착을 하다 보니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한국 음식재료를 사기에도, 한국말이 통하는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병원을 갈 수 있어 편하다.

산책 겸 걸어서 이스트우드를 지나 웨스트 라이드로 걸어가서 점심도 먹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볼까 한다. 영어책 노. 노. 노. 이 도서관에는 꽤 많은 한글 책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집을 나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출발한다.

 


어릴 때부터 산책길에서 유독 버섯을 만나면 발걸음을 멈춘다. 왠지 모르게 항상 버섯을 보는 시간은 반갑고 신기했다.

 
 

최근에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가 유독 버섯들이 왕성하게 여기저기 피어났다. 그 버섯들을 가만히 쳐다보면 시간에 블랙홀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나를 사로잡는 또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과일이다. 특히 길가에 나무에서 과일을 발견한다면 마치 산삼을 발견한 마냥 기분이 최고다.

가을로 걸어가는 시드니 계절에 알맞게 나무에는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과일이다.

석류

 

단감

 

오렌지

 

길가에 있는 하우스 앞 마당에 이렇게 풍성한 과일들이 매달려 있는 것 아닌가?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고 멍하니 쳐다보지 않을 수 없다.

탐스러운 석류가 빨갛게 익어가고 그 옆에 단감도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오렌지 열매도 탱글탱글 커가고 있다. 보라색 이쁜 꽃도 피어있다.

어릴 때부터 과일을 참 좋아했던 나는 신선한 과일을 맘껏 먹을 수 있는 과수원 집에 시집가고 싶다는 그런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 꿈은 이루어졌다. 남편이 과수원 집 아들인 것이다. 다만 나를 만나기 한참 전에 이미 과수원 농사를 하지 않은 집이었지만 말이다.

남편이 어릴 때 복숭아 농사를 지었기에 복숭아를 돈 주고 사 먹는 것은 굉장히 어색했다고 한다. 복숭아를 좋아하지만 돈을 지불하는 그 행위가 낯설어서 잘 먹지를 않았다고 한다.

워낙 과일을 좋아해서 두세 종류 이상에 과일을 매주 먹는 나로 인해 남편도 과일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남편에 연결고리에는 과일이 있다.

시드니 산책길에 핀 꽃들

 

산책길에 발걸음을 잡는 것이 또 나타난다. 바로 꽃이다. 집 주인들이 잘 가꾸어놓은 꽃들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뷰가 좋은 Rdye 병원 옆

 

걸어가다가 언덕이라 그런가 탁 트인 뷰가 보이는 곳이 나온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아래로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동네 뷰 맛집인 셈이다. 여기서 한참을 서서 경치를 감상한다.

 

 

https://goo.gl/maps/fiiJzCoKEwuWVvrTA

대략 위치는 이쯤이다. 언덕 아래로 계단이 많다. 다행히 내려가는 길이라 가볍게 내려간다. 올라오는 길이라면 108배 하는 심정으로 올라와야 할 곳이다.

 

56 Ryedale Rd · 56 Ryedale Rd, Denistone NSW 2114 오스트레일리아

건축물

www.google.com.au

 

그런데 계단이 다 끝나는 무렵에 호주 20불짜리 새 지폐가 떨어져 있는 거 아닌가? 주워봐야 5센트를 주워본 게 고작인데 이런 큰돈이 생기다니 신기해하면서 냉큼 주웠다.

생각해 보니 저번 주 아티스트 데이트에서 내가 노숙자에게 5불을 기부했는데 그것이 4배가 되어서 돌아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티스트 데이트에서 이런 횡재를 하게 되다니 기분이 아주 좋다. 돈을 돌멩이 보듯 하기 힘든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눈길을 끄는 이쁜 꽃들이 내 기분에 꽃 바람들게 해준다. 이곳 시드니는 가을도 봄처럼 꽃이 핀다. 봄에 피는 개나리가 따뜻한 가을에도 피듯이 말이다. 봄과 가을이 같이 공존하는 시드니 가을이다.

이 동네도 꽤나 오래되었나 보다. 큰 나무들이 줄줄이 서있다. 나무가 파란 하늘을 향해서 쭉쭉 뻗어가는 기운이 느껴진다. 아티스트 데이트도 목(木) 기운처럼 쭉쭉 계속 뻗어가자 고고씽.

 


 

웨스트 라이드에 도착했다. 1시간 15분 정도 걸어서 온 거 같다. 이제 배가 고프다. 도서관을 가서 마음에 양식을 채우기 전에 몸에 양식을 채워야겠다.

 

https://goo.gl/maps/dTwyAbxPGGqYM8QN7

 

Thai Curry · 80a/1-55 W Parade, West Ryde NSW 2114 오스트레일리아

★★★★☆ · 태국 음식점

www.google.com.au

태국 음식점으로 낙점했다. 이곳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가격이 다르다. 점심은 대충 3불 정도 더 저렴하다. 야호. 단짠단짠 메뉴인 팟씨유(Pad see-ew) 시켰다. 소고기나 닭고기를 넣은 것은 $9.90이다. 새우를 넣은 것은 $13.90 가격이 맘에 들어서 새우를 시켰다.

 

팟씨유를 먹으니 새우도 푸짐하고 맛이 좋다. 가격과 맛, 두 개를 다 잡은 것이다. 가성비가 좋다 보니 다른 메뉴도 시켜보고 싶었다.

그래서 $9.90에 소프트 크랩 튀김을 시켰다. 무난한 맛이지만 짠맛이 강해서 물을 많이 마셨다. 다음에는 안 시키는 걸로. 다음에 방문하면 다른 태국 메뉴도 시켜보고 싶다.

참고로 웨스트 라이드에는 많은 맛집이 있으므로 이 집은 그냥 태국 음식 먹으려는 정도로만 생각하면 될듯하다.

 

나중에 이 동네 다른 맛집도 찾아가고 포스팅 하는 걸로.

나의 도전 50불 가계부를 중간 정리하자. 팟씨유 $13.90 + 소프트 크랩 $9.90 = $23.80

 


 

호주에서 좋은 점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도서관이 동네마다 잘 조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공부도 할 수 있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이 모여서 같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나처럼 책을 잘 읽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접근하기 편리한 위치에 포근하게 잘 만들어놨다. 다양한 책들과 프린터와 컴퓨터 시설도 갖추어있고 노트북을 가져오면 도서관 전기코드에 꼽으면 된다.

한국 사람들이 많은 동네라서 그런가 한국 책들이 가득 있다. 그중에 두 권이 눈에 띈다. 고미숙 작가에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그리고 앤드류 스마트에 '뇌의 배신'

 

두 권에 책은 권고사직을 받고 나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을 할 때 열어본 책이다. 다시 취업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갈등은 생각보다 쉽게 정리되었다. 재취업에 기회는 좀처럼 주워지지 않았다. 솔직히 일하고 싶은 열정도 적었다.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방콕 생활은 더 무게를 더해갔다.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는 열하일기를 쓰신 연암 박지원 선생님이 후세에 좋은 작품을 남기게 된 이유는 바로 백수로 살아서 그런 것이라는 거다. 그래서 조선에 청년들에게 백수에 삶을 위한 지침서를 안내해 준다. 도시락을 싸 들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사색을 하라고 권한다.

'뇌의 배신'에서 저자는 두 가지 뇌를 설명해 준다. 일하는 뇌와 창의적인 뇌가 있다는 것이다. 일하는 뇌가 활성화되는 동안에는 창의적인 뇌는 비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뇌를 깨우기 위해서는 일하는 뇌를 멈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명상이나 멍 때리는 사색이라는 것이다.

두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열심히 일하는 이면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고 알려준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소비하도록 몰아간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도록 부추긴다. 그것은 곧 창의성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우리의 뇌는 점점 창조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어져 간다. 놀듯이 살아야만 우리가 여태 발견하지 못했던 뇌의 다른 영역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아주 특별한 즐거움' 책과도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내 안에 창조적 재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과하게 에너지를 쏟으면서 일하는 기존에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티스트 데이트를 해야 하는가 이유가 바로 잠자고 있는 창의적인 뇌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창조적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을 끌어내야 한다.

두 권에 책을 처음에는 일하기 싫어하는 마음에 합리화를 위해 받아들였다. 하지만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중간평가를 하자면 이 책에 적혀있는 말이 맞는다.

지금 내가 블로그를 적고 있으니 말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유희의 인간을 뜻하는 용어이다.

인간의 목적은 노동이 아니라 노는 것이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거나, 교양 있는 여가 시간을 즐기거나, 멋진 것을 만들거나,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경탄과 환희로 세상을 명상할 때 인간성이 발현된다.

'뇌의 배신' 책 속에서

학자들은 여가를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여가와 한가로운 생활에는 고귀한 면이 있다. 한가한 생활이 모든 악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가한 생활은 모든 미덕과 가장 가까이 있고, 한가한 사람은 활동적인 사람보다 언제나 나은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여가와 한가한 삶에 관해 얘기할 때 마음이 찔리는 게으름뱅이도 있지 않는가?

프리드리히 니체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꽃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가늘 길에 이쁜 꽃들도 마중해 준다. 아티스트 데이트 이번 주 선물은 뭘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도서관을 온 기념으로 책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스트우드에 시드니 북랜드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사기로 했다. 손원평 작가에 소설 '아몬드'로 결정했다. 현재 서점은 온라인으로만 운영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닫은 상태이다.

보통 책을 전자책으로 읽거나 사이트에서 여러 권을 주문해서 택배로 받는다. 하지만 아티스트 데이트이기에 과감하게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2배 비싼 가격이지만 이 책을 사기로 했다.

나의 도전 50불 가계부를 중간 정리하자. $23.80 + 책 $23.95 = $47.75

약간에 돈이 남아서 다행이다. 은근히 걷는 게 피곤해서 버스를 타고 집에 갈까 고민을 했는데 나머지 돈으로 버스를 타야겠다.

나의 도전 50불 가계부를 최종 정리하자. $47.75 + 버스 교통비 $3.20 = $50.95

이번 주도 아티스트 데이트는 성공이다.

 


 

이스트우드에서 웨스트 라이드로 걸어가는 길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시티에 전망이 보이는 언덕으로 걸어가는 A 길. 여기는 계단이 많기에 올라간다면 운동이 제법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찻길을 따라서 숲속을 가는 B 길이 있다.

다섯 번째 아티스트 데이트에서 총 17300보를 걸었다. 이번 데이트에서는 버섯과 이쁜 꽃들도 보고 20불도 횡재하고 도서관에서 뇌를 채우고 몸에 건강도 챙겼다. 내 안에 아티스트는 몸과 마음에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걸 느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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