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드니 매주 여행지

시드니 혹스베리 강, 단가 섬 Hawkesbury River, Dangar Island

by 여행작가 수니 2022. 10. 14.

혹스베리 강도 구경하고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진 단가 섬 같이 가실래요?

 

https://goo.gl/maps/DPYsJ58eu1gnmnNGA

 

Hawkesbury River Station · 오스트레일리아 2083 뉴사우스웨일스 주 브루클린

★★★★☆ · 기차역

www.google.com

 

이번 주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바다가 아닌 강으로 정했다. 약간 검색을 해보니 그 강에는 조그만 섬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혹스베리 강(Hawkesbury River)과 단가 섬(Dangar Island)을 구경하러 출발하러 고고씽.

아티스트 데이트 덕분에 김춘수의 '꽃' 시처럼 아름다운 장소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 데이트를 안 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런 장소들인 것이다.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홀로 데이트를 떠나본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아티스트를 만나러 말이다.

 


 

혹스베리 강(Hawkesbury River) 기차역 도착했다. 점심시간이라 배가 고프다. 아티스트에게 푸짐하게 대접할 만한 메뉴를 발견했다. 기차역 근처 음식점에서 시푸드가 한 접시 가득 쌓인 접시를 발견했다. 이곳에서 아티스트 플랙스를 해보자.

 

https://goo.gl/maps/auAucutJeQRq1Kfw7

 

 

Life Boat Seafoods · 7 Dangar Rd, Brooklyn NSW 2083 오스트레일리아

★★★★★ · 해산물 요리 전문식당

www.google.com

 

이 식당은 강이 보이는 뷰가 있는 곳은 아니다. 아마도 음식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닌가 싶다. 이미 많은 좌석들이 예약이 되어있다. 그중에 비어있는 테이블은 두 개이다. 그중에 가게 이름에 적힌 간판 앞에 앉아본다.

Bug, Prawn, Oyster, smoked Salmon Plate with Salad 이 메뉴를 시켜보자. 아티스트 덕분에 평소답지 않게 질러보자. 한 접시에 35불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와우~~~. 푸짐하다.

작은 랍스터, 큰 새우와 작은 새우 듬뿍, 석화 굴이 6개, 훈제 연어 2조각 그리고 신선한 야채샐러드.

Bug, Prawn, Oyster, smoked Salmon Plate with Salad

신나게 새우를 까서 입에 쏙쏙 넣는다. 굴도 먹고 작은 랍스터도 먹고 야채도 먹고. 아, 행복해. 역시 나란 여자는 먹을 때 행복을 느낀다. 먹으면서도 뿌듯하다.

평소 같으면 시켜 먹지도 않을 이런 메뉴를 혼자서 시켜서 우아하게 다 먹어버렸다.

나의 도전 50불 가계부를 중간 정리하자. 왕복 교통비 $8.75 + 시푸드 모둠 $35 = $43.75

이번 여행은 점심만 먹었는데 50불 도전에 이미 가까워버렸다. 먹고 나니 배불러 좋고 계산 후에는 기분이 더 좋다.


이제 경치를 감상하러 단가 섬(Danger Island)으로 출발하자.

섬으로 들어가려면 페리를 타야 하는데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배가 있다. 페리를 타는 곳은 기차역 바로 근처에 있다. 살짝 헤매었지만 장소가 넓은 곳은 아니니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기차역 근처에 사진 한 장으로 담기지 않는 큰 나무가 서있다. 하늘을 향해서 올라가는 나무를 보니 경외감이 든다. 나무는 하루하루 꾸준하게 자랐을 텐데 말이다.

페리를 기다리면서 항구 사진을 몇 개 찍어본다.

 

내가 타고 갈 페리는 이런 자그마한 배이다. 소박한 느낌이라 더 운치가 있고 좋다.

페리를 타는 요금은 배를 타면 선장이 걷는다.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편도 9불이다.

와우, 배를 타자마자 도전 50불이 달성되어버린다.

나의 도전 50불 가계부를 중간 정리하자. 편도 페리 요금 $9 + $43.75 = $52.75

이번 데이트는 초반에 성공하니 맘이 무척이나 편하다. 선물 고민을 하지 않는 여유로운 데이트가 시작된다.

 

배 안에는 중년 커플 한 쌍과 중년 여성 두 분이 있다. 나를 포함 총 5명에 승객이 강을 건너 섬으로 가고 있다. 창가로 보이는 경치는 한가롭기 그지없다. 잔잔한 물결과 구름 하나 없는 하늘이 그저 햇살에 몸을 맡기고 있다.

15분 정도 배를 타고 단가 섬에 도착했다.

https://goo.gl/maps/3mGNevPhWzZEcURGA

 

Dangar Island Wharf · 1 Neotsfield Ave, Dangar Island NSW 2083 오스트레일리아

★★★★★ · 여객선 터미널

www.google.com

 

이 작은 섬은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진 섬이라고 적혀있다. 지도를 보고 섬을 한 바퀴를 돌아보자. 작은 섬이기에 가볍게 산책하기 안성맞춤이다.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자. 공중 화장실을 걸어가는 길에서, 이 섬에 매료되어버렸다. 평소에 못 보던 꽃들이 엄청나게 피어있는 것이다. 꽃에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주먹 크기만 한 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옆에는 팔뚝만 한 꽃이 피어있다. 오메나, 이렇게나 꽃이 크고 색깔이 선명하다니 감탄이 연발이다. 화장실을 가는 내 발걸음을 멈춰버린다

게다가 꽃 옆에는 바나나 나무가 떡 하니 있는데 탐스러운 바나나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거 아닌가? 와, 이 섬은 꽃과 바나나 열매가 가득한 곳이라는 이미지를 나에게 심어준다.

본격적으로 섬을 걸어본다. 이곳에 있는 집들은 대부분 강에 배를 띄우는 조그마한 선착장이 있다. 강이 보이는 위치에는 이쁜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낼까 궁금하다 생각하면서 길을 걸어간다.

 

이쁜 바위가 보이는데 작은 암자처럼 꾸며놓았다. 그 안에는 새벽에 촛불을 켜놓고 명상을 하는지 방석도 놓여있다.

배를 같이 탔던 사람들은 섬 입구에서 다 사라지고 혼자만 걸어가고 있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혼자 걷는데 이렇게 고요할 수가 없다. 오로지 나를 위해서 이 섬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

 
 

이쁜 꽃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하얀 나비가 내 앞에서 날아다닌다. 하얀 날갯짓이 뭔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내 걸음걸이가 바로 나비의 날갯짓과 같은 것인가? 그렇다면 그 아름다운 날갯짓처럼 내 산책길도 아름다움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계속 걷다 보니 엄청나게 큰 나무가 나타난다. 그 나무를 쳐다보려면 하늘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 아, 크게 성장하게 된다면 나무뿐 아니라 하늘도 품을 수 있는 것이구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조금 더 걸어가니 한국에서 민속촌에 있을 법한 그런 옛날 집이 나온다. 그곳에는 그네가 매달려있다. 참새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그네를 혼자서 타본다. 그네에서 보이는 하늘은 정말이지 파랗고 파랗다.

 

이 집 옆길로 걸어가면 바로 강가가 나온다. 운치 있는 강가 사진을 찍어본다.

 
 

그곳에는 수많은 굴들이 살고 있다. 작은 게와 물고기들과 함께 말이다. 한참동안 그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을 쳐다보고 있다. 갑자기 햇살이 뜨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모자를 쓰려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허전하다. 아뿔싸, 모자를 잃어버린 것이다.

 

허걱. 아까 왔던 길로 걸어가자. 마음이 급하다. 신발이 뻘에 빠져서 검은 흙이 묻었다. 에구머니나. 거꾸로 걸어가려면 운이 안 좋으면 1시간을 걸어야 한다. 맘속으로 행운을 빌면서 아무튼 거꾸로 걸어간다. 걸음이 빨라진다.

휴, 15분쯤을 걸어가니 다행히 모자가 발견되었다. 누군가가 주워서 바위에 올려놓았다.

모자가 발견된 순간 내 마음은 유레카를 외쳤다.

마침 옆에서 동네 백인 아주머니 두 분이 이야기 중이다. 내가 모자를 찾았다고 땡큐라고 말을 건냈다. 기분이 좋은 나머지 그렇게 아무에게나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굿 걸(Good Girl)이라면서 반갑게 대해주신다. 가분이 좋다.

단가 섬은 나에게 고마움을 준다. 잃어버린 모자를 찾아준다. 내 안에 아티스트는 잃어버린 것을 찾아주는 것인가? 잃어버린 내 창조적 재능을 찾아주는 것인가? 이 모자처럼 말이다.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갈 페리 선착장으로 왔다. 페리 시간을 확인해보니 1시간가량 남았다.

 

이 섬을 그냥 떠나보내기에 아쉽기에 선착장 옆에 카페에서 녹차(Green sencha)를 시키고 벤치에 앉았다. 페리를 기다리는 동안 가져온 책을 몇 장 읽고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차를 마시며 나무와 하늘을 쳐다보는데 좋은 기분이 든다.

기분이 좋은데 갑자기 눈물이 나온다.

너무 좋은데 눈물이 난다. 왜 이제야 이런 기쁨을 찾았는지 뭔가 모를 가슴에서 울컥한 것이 올라온다. 그래서 냅킨으로 눈물을 닦았다.

페리 시간에 맞춰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데 선착장에 사람들이 페리를 타러 간다. 그중에는 섬으로 올 때 같이 타고 온 중년 커플이 보인다.

왜 저렇게 서둘러서 일찍 가는 거지? 난 여유롭게 출발 시간 10분 전에 가야겠다 생각하고 느긋하게 시간에 맞추어서 걸어갔다. 눈앞에 페리가 선착장에 멈춰있다.

그런데 내가 도착 2미터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갑자기 페리가 출발하는 거 아닌가? 이거 뭐지? 뭔 일이지?

오. 마. 이. 갓!!!

알고 보니 내가 착각 한 것이다. 주말 시간표를 주중 시간표로 오해하고 괜한 여유를 부린 것이다.

 

혼자 웃음이 어찌나 나오던지
막 헛웃음만 나왔다.
아까는 울었는데 자금은 웃고 있다.

 

그래서 다음 페리 시간을 확인해보니 50분은 기다려야 한다. 허걱이다.

아이고야,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여유롭게 즐기자. 기품있게 책을 한자 더 읽으면 되겠다. 다행히 책을 챙겨 오길 잘했다 속으로 뿌듯하다.

사실 아티스트 데이트는 남편 몰래 다니고 있다. 남편이 코로나 시국에 외출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해할까 봐 말을 안 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남편 퇴근 시간 전에 집에 도착했다. 신데렐라 12시 마법이 풀리는 시간처럼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남편 퇴근시간보다 늦게 갈 수밖에 없다. 마법이 풀린 후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방도는 없다.

책을 조금 읽다가 여유가 생겼으니 공중 화장실을 한 번 더 다녀오고 섬을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근처 공원에서 알록달록한 앵무새들이 5마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가까이 가면 날아갈 테니 멀리서 사진을 찍어본다.

선착장 근처 집에서는 신기한 모양에 나무가 있다. 그리고 뒷마당에는 오렌지 같은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는데 선착장 강 아래를 보니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닌다. 그리고 손바닥만 한 물고기도 많이 보인다. 한참을 쳐다보니 시간에 구멍으로 빠져든다. 페리를 놓친 덕에 좀 더 여유로운 사색에 시간을 즐긴다.

그리고 페리를 탔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오직 나뿐이다. 내 배를 운전해 줄 선장과 나.

이럴 수가 너무 완벽하다. 마치 날 위해 준비된 배인 것이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나의 작은 실수가 오히려 나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완벽하다. 완벽해. 속으로 신났다.

기분에 취해서 내가 선장에게 '너는 나의 캡틴이다' 이렇게 말했다. 그랬더니 'That's right'이라면서 맞장구를 쳐준다. 너의 개인 보트라면서 말이다.

럭셔리하고 플랙스 한 여행을 하고 있다.

배 안에는 평상 같은 나무로 된 의자가 있다. 그 자리에 혼자 대자로 누웠다.

이때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배, 나만을 위한 선장, 나만을 위한 평상, 나만을 위한 강물 같은 느낌이었다. 잎가에 미소가 계속 나온다. 혼자 눈 감고 눕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서서도 감상을 한다. 눈치 볼 사람이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내 배에 나 혼자이니까.

이 시간 나에게 허락된 나의 선장이다. 그는 나에게 충성심을 보여줬다.

 

이제 혹스베리 강(Hawkesbury River)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는 해가 막 지고 있는 순간이다.

아티스트 나에게 멋진 선물을 주기 위해서 잠시 마술을 부렸다. 신데렐라 12시 땡 퇴근 마법을 풀어주려고, 잠시 내 뇌에 멍청이라는 노이즈를 일으키고 나에게 좀 더 데이트할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빠듯한 남편 퇴근시간 때문에 미처 산책하지 못했던 곳을 걸어가 보자. 어차피 기차가 올 시간도 한참 남았다.

https://goo.gl/maps/Jb3APGop2jucA1B36

 

맥켈 공원 · Karoola St, Brooklyn NSW 2083 오스트레일리아

★★★★☆ · 공원

www.google.com

 

강 주변을 걸어본다. 해가 점점 사라지는 시간이다.

 

기차역으로 가니 해가 산 뒤로 막 넘어가고 있다. 해가 지고 나서 노을이 아름답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멍하니 주홍빛 하늘을 쳐다본다.

기차를 탔다. 돌아오는 가차 안에서 붉은 노을을 창가를 통해 보는데 또 울컥해서 눈물이 난다. 좋은데 눈물이 난다. 좋은데 마음이 왠지 모르게 짠하다. 아티스트는 날 위해서 울어주는 건가? 날 위로해 주는 건가?

아티스트는 마법사이다. 또 나를 배려하고 위로하는 마음이다. 오늘 만난 아티스트는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난 아티스트에게 놀랐고 감동을 먹었다.

집 근처 기차역에 내려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서 마중 나오라고 말한다. 이런 날 남편 찬스 써야 한다. 저녁은 근처 순대 국밥을 포장을 해서 먹기로 한다.

 


 

이번 주도 아티스트 데이트는 성공이다.

이번 아티스트 데이트에서 총 2만 보를 걸었다. 이번 데이트에서는 마법사인 아티스트는 날 울리고 웃겼다. 그리고 특별함을 선사해 주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