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육지에서 고래를 만나다? 에핑 Epping
미션이 내려왔다.
Discover something unique
out of this area world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바로 근처에서 독특한 것을 찾으라는 것이다. 어쩌면 내 마음을 제대로 엿보고 있는 거 같다. 그렇다. 산책을 다녀도 매번 같은 곳에만 갔다. 올무에 걸리는 토끼처럼 매번 같은 길만 걸어갔다.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면서 다른 지역에 특별한 장소는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미션은 나에게 출발은 바로 내 주변에서 시작하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렇게 내 주변을 구글 지도로 검색을 해본다. 그리고 하나 독특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숲속에 고래가 살고 있다. 바다에 사는 고래가 아닌 숲에 사는 고래라니 신기하다. 그래, 이 고래를 만나러 출발하자.
가는 길에 이쁜 단풍나무가 나를 반겨준다.
다른 각도에서 보니 또 다른 맛이 난다.
가는 길에 분홍색 동백꽃이 손짓한다. 동백꽃은 봄이 오는 계절에 피는데 여기는 봄과 가을에 핀다. 시드니 계절은 봄이 두 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을이 두 번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웅장한 나무 사이로 성 같은 집이 보인다. 길가에 집들이 다들 앞마당들이 넓다.
요새는 코로나로 인해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하우스 같은 단독 주택이 인기가 장난이 아니다.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같은 곳은 가격이 그대로이다. 집값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코로나 이후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이 집에 단풍도 맘에 들어서 한 장 찍어준다.
길을 가다가 이런 바위틈에 자라는 이끼들을 보면 정말 이뻐서 한참 쳐다보게 된다. 만져보니 푹신하니 이끼 침대가 따로 없다. 그 사이에 풀들도 옹기종기 자라고 작은 하얀 들꽃도 보인다. 이 작은 공간에도 생명은 다양하게 각자에 모습으로 존재한다.
드디어 공원 입구로 들어왔다. 레인 코브 국립공원(Lane Cove National Park)이다. 전에 아티스트 데이트로 다녀왔었는데 알고 보니, 이 공원이 엄청 넓고 크다는 걸 새롭게 알게 된다. 이곳 역시 국립공원에 일부이다.
근무지 근처에 국립공원이 있는 줄 몰랐다. 그전에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그곳은 피크닉을 할 수 있도록 잘 조성된 공원이고 이곳은 좀 더 야생스러운 공원 줄기이다.
숲속에 들어가니 확실히 공기가 다르다. 신선한 공기인데 약간 차고 숲에서만 있는 향기가 난다. 앞에 큰 바위가 보인다.
그리고 좀 더 걸어가니 특이한 모양에 커다란 고래가 보인다.
숲속에 고래가 살고 있다. 바다에 살고 있는 고래가 육지로 올라왔다. 고래에 눈망울이 자연스럽게 이런 모양이라는 게 신기하다. 바닷속 고래가 하늘로 올라가다가 중간 지점인 육지에서 바위로 굳었는지? 이 고래 바위에 전설은 무엇일까?
이 바위 가로 크기는 발걸음으로 30번을 걸어야 한다. 생각보다 꽤나 크다.
오리엔테이션 미션을 풀었다. 바로 이 낯선 고래 바위를 만나는 것이다. 근무지 주변에 바로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독특한 고래를 찾았다. 오리엔테이션 미션을 받지 않았다면 과연 이곳을 왔을까? 그렇다, 올무에 걸린 토끼처럼 매번 가던 길로만 다녔을 것이다.
고래바위 옆에는 공원 표지판과 지도가 보인다.
이 숲속에 지도가 한눈에 보인다. 오늘은 고래 바위만 보고 떠나가지만, 다음에는 다른 숲속 길을 걸어봐야겠다. 미션이 아니었다면 근무지 주변에 숲속에 대해서 관심을 주지 않았을 텐데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바로 나에게 숲속 아지트가 생긴 것이다. 미션을 풀고 나서 선물로 받은 것이다.
고래 바위 건너편 숲속 길은 다음에 다른 방향에서 탐험하기로 남겨둔다. 다음에 숲속 아지트 산책을 기약하며 잠시 굿바이 인사를 한다.
다시 한번 고래 바위를 감상하고 돌아온 길로 떠난다.
옆집 레몬을 먹는 코카투 새를 만났다. 큰 나무줄기에서 뭔가를 열심히 부리로 조아리면서 먹고 있다. 얼굴을 정면으로 보일 때까지 기다려서 한 장 찍어본다. 이 친구는 보기에는 이쁘지만 먹성이 장난 아니다.
숲속에서도 눈에 띄는 버섯이 있다. 오렌지색 버섯이 낙엽과 나무껍질 사이에 자라고 있다.
이제 동네로 다시 돌아왔다. 길가에 정원을 잘 가꾼 집들에 피어있는 어여쁜 꽃들이 나에게 계속 하이 파이브를 외친다. 꽃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지나간다.
연한 보라색 빛이 감도는 데이지 꽃이 소리친다. 하이 파이브~.
이름 모를 하얀 꽃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다. 하이 파이브~.
보라색 열매 색깔이 이쁘다. 이 친구도 하이 파이브~.
주황색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이 친구도 하이 파이브~.
집 울타리에 피어있는 하얀 꽃도 외친다. 하이 파이브~.
동백꽃과 단풍나무도 하이 파이브~.
반대 방향에서 한 번 더 외친다. 하이 파이브~.
떨어진 낙엽들 중에 이쁜 녀석을 하나 골랐다. 너는 외출할 때 이런 아름다운 옷을 입는구나. 너의 패션을 간직하고 싶다. 너를 업어갈게. 같이 가자. 너의 감각을 나도 익히고 싶어.
미션은 잘 마쳤다. 덤으로 숲속 아지트도 생겼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