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0% 사고로 누드비치를 어떨결에 가봤어요.
시드니 코블러즈누드비치 같이 구경하실래요?
https://goo.gl/maps/DMkQTeE22rjZyRdL9
제목을 보고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이다. 누드비치를 다녀왔다.
이전에 갑자기 배가 아팠다는 이야기를 했다. 운 좋게 화장실을 다녀오고 나니 넓은 운동장이 펼쳐졌고 그 끝에는 파란색 바다가 보인다.
운동장 끝에 다다르니 뜻밖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엽서에 한 장면 같은 풍경이 내 눈앞에 드러난다. 멀리서 보이는데도 바닷물 색깔이 어찌나 이쁜지 이곳을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난 아티스트 데이트 크리에이터이니깐.
근데 이 풍경이 보이는 곳에 표지판이 붙어있다. 이 해변을 경찰이 감시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그냥 공공장소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아래로 내려갔다.
가파른 경사를 내려오니 코블러즈 비치 Cobblers Beach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내 앞날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작은 비치에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하고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중년 남성 한 명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잔디에 앉아있다.
나는 시선을 주지 않고 직진으로 비치 언덕 뒤편을 걷고 있는데 중년 커플에 상체가 보였다. 그런데 뭔가 살짝 이상했다. 부인에 가슴 부위에는 비키니 상체가 없었다. 그래서 속으로 아! 제대로 선탠을 하려고 상의를 벗었구나 이렇게만 생각했다.
그리고 비치 끝에 도착했다. 그리고 비치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15명에 사람들이 해변 모래사장에 나란히 누워서 선탠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내가 서있는 거리와 해변은 20미터 정도에 간격이 있었다.
작은 비치에 사람들이 꽤나 많아서 처음에는 놀랐다. 그런데 뭔가 다른 비치와 다른 것이 느껴졌다. 사람들에 몸에서 어떤 다양한 수영복 색깔이 보이지가 않았다.
오! 마이 갓~~~
전부 나체로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이 사진이 내가 찍은 유일한 것이다. 처음에 누드 비치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기 전에 바다가 너무 이뻐서 사진을 찍었다.
근데 사람이 정말 신기한 게, 누드 비치라는 걸 몰랐을 때는 그냥 아무 부담 없이 당당하게 이곳을 걸어왔는데, 막상 이곳이 누드 비치라는 걸 내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부터, 난 얼음이 되어버렸다.
모래사장 비치 쪽으로 도저히 걸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진에 보이는 비치 끝 언덕에 앉아있었다. 밀려오는 황당함이라는 게 남달랐다.
아담과 이브가 처음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생활하다가 나중에 나뭇잎으로 중요 부위를 가렸다고 하는데, 지금 태초에 아담과 이브를 보고 있다.
동시에 언덕에 앉아서 바다를 보는데 내가 봤던 어느 비치보다도 풍경이 이쁘다.
배를 타고 해변가로 오는 사람들도 봤다. 흔하지 않은 기회를 맞이했는데 속으로 나도 벗어볼까? 그런 생각도 잠시 해봤지만 용기를 내기는 어려웠다.
언덕에 앉아서 자유자재로 목을 왼쪽으로 돌리지를 못한다. 그냥 목을 고정하고 눈을 가자미처럼 옆으로 찢어서, 비치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못 말리는 인간에 알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노년에 남성들이 주로 많았다. 뒤로 누워있는 사람도 보인다. 뽀얀 엉덩이가 햇살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정면으로 누운 사람들도 있다. 커플은 한 팀 있는 것 같았다.
예상하지 못한 인간에 태초에 모습 그대로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당당한데 왜 내가 창피한지 모르겠다. 나도 그들과 함께 태어난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때문인가?
여하튼 계속 망부석처럼 앉아있는다. 바다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풀밭에서 한참을 멍하니 감상했다.
정말 이 비치는 아주 아름답기에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잠시 의류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에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그래도 이왕 왔으니 금방 가기는 너무 아쉬워서 혼자 앉아서 15분 정도 경치를 감상하고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났다.
아까 내려왔던 경사 길이 아닌 완만한 길이 보인다. 그곳으로 걸어 올라간다. 길 중간에 누드 비치가 보이는 곳에서 사진을 찍어본다.
그러고 보니 이 비치는 쉽게 노출되지 않는 그런 지형적인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 막상 그곳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어떤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비치 입구에서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장소를 알았을까 신기할 뿐이다.
이제 큰 길이 보이는 근처로 올라왔다. 잔디가 보이고 멀리 바다가 보인다. 이 아래가 바로 아름다운 비치, 누드 비치가 있다.
올라와서 보니 표지판이 나에게 알려준다. 내가 다녀온 비치는 누드 비치였다고 말이다. ㅋㅋㅋ.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코블러즈 비치(Cobblers Beach) Nudity permitted on beach only. 누드는 비치에서만 허용한다고 말이다. 아 그럼 난 비치가 아닌 언덕에 있었으니 누드로 있지 않았어도 괜찮은 거였네. 다행이다.
그런데 막상 그곳에서는 자유롭게 활보하기가 거시기 하다. 내가 가진 선입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평소에 여름에도 민소매 같은 옷을 입어본 적이 거의 없다. 짧은 반바지도 거의 입어본 적도 없는 나의 모습인데. 다 벗으라니 전혀 쉽지가 않다.
글을 적으면서 생각해 보니 예전에 내가 상상했던 것이 하나 있다. 숲속에 아무도 있지 않는 곳에서 나 혼자 태초에 모습으로 있는 모습을 말이다. 그런데 여기는 바다가 아닌가? 게다가 옆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도전하기가 어렵다. 만약 아침 일찍이나 오후 늦게 사람이 거의 없다면 한번 용기를 내 볼 수 있을까?
예전에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쿠바에 있는 누드 비치에 도전했었다. 그에 해맑은 표정이 떠오른다. 내가 누드 비치에 다시 가게 된다면 해 맑은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처음에는 이 표지판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했는데 지금 글을 적으면서 상세하게 보니 이해가 된다. 빨갛게 표시된 선 안에서 누드로 해변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표지판을 상세하게 읽었더라면,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이곳이 누드 비치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과연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모르는 것보다 당연히 아는 것이 힘이다. 하지만 가끔 몰랐을 때, 이런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말이다.
구글에 이 비치에 대해서 찾아보니 위에 사진이 하나 나온다. 거의 내가 본 장면과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사진이 좀 더 사람이 많다. 이곳은 날씨가 좋으면 시원한 자유를 원하는 사람들에 명소인가 보다.
이제 미들 헤드 근처에 왔다. 지도를 보니 내가 다녀왔던 길들이 한눈에 보인다.
구글을 다시 검색해보니 이전에 다녀왔던 오벨리스크 비치(Obelisk Beach) 역시 누드 비치라고 나온다. 아이고. 알고 보니 이번 아티스트 데이트 코스는 누드 비치를 두 군데 다녀온 셈이다.
사실 미들 헤드를 검색했을 때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다는 걸 느꼈다. 구글에 리뷰가 딱 2개밖에 없었다. 그래도 바다는 멋있을 거 같아서 왔는데 누드비치 두 군데를 탐험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다음편에는 미들헤드 구경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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