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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일상

무위 시드니, 맨리 비치 락풀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보니 Manly Beach

by 여행작가 수니 2023. 4. 5.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

맨리 비치 락풀에서

물 위에 둥둥 떠서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가을이 다가왔는데

갑자기 여름으로

날씨가 거꾸로 가고 있다.

여름에는

여름 같지 않게 시원하더니

가을인데 여름처럼

최고 온도가 35도이다.

헐.

 

 

 

 

그래서 이런 날에는

비치로 가야지.

페리를 타고 맨리로 가자

고고씽~~~


 

페리에 탑승했다.

날씨가 한몫했는지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나 많다.

 

다들 비치를 즐길 마음에

표정들이 밝다.

 

날씨가 뜨거운데도

다들 햇빛을 즐기기 위해

야외에 의자에 앉아있다.

그 뒤로는 크루즈도 보인다.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남편

할머니의 표정이 흐뭇하다.

 

구름 하나 없는 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여행으로 이곳에 오려면

비행깃값이 엄청나겠지만

여기에 사는 수니는

버스만 타면 된다는 거 개꿀이다.


이제 맨리 비치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내가 달려간 곳은

바로 아이스크림 가게.

 

 

ANITA GELATO · 46-48 The Corso, Manly NSW 2095 오스트레일리아

★★★★★ · 디저트 전문점

www.google.com

 

날씨가 더우니

망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때리고 시작하자.

 

냠냠 맛나다.

더운 날씨답게

아이스크림이 막 녹는다.

네가 녹기 전에

나는 혀로 빨리 핥아버린다.

비치에 도착해서

걸어가 본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수영은 금지이다.

 

 

주말이나 방학처럼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더운 날씨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은근히 붐빈다.

 

음력 보름이라 그런지

물은 얕고 파도가 세다.

 

일단 배고프니

점심을 먹으러

셀리 비치

보트하우스로 가자.

 

가는 길에 선탠하는
도마뱀 발견.
너도 오늘 같이 더운 날이 좋구나.
동지야 동지.

 


점심을 먹을 보트하우스
카페에 도착했다.

 

The Boathouse Shelly Beach · 1 Marine Parade, Manly NSW 2095 오스트레일리아

★★★★☆ · 카페

www.google.com

이곳은 2-4시 사이 해피아워에는
칵테일과 맥주가 할인한다.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 덥기도 하고

비키니 차림으로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도 갑자기 훌러덩

벗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평소에 이런 일은 극히 드물지만

오늘은 벗고 싶다.

그래서 상체 노출 사진이다.

남편에게 이 사진을

카톡으로 전송했는데

반응이 없다.

그는 퇴근 후에

왜 옷을 벗고 그러고 있느냐

잔소리가 돌아온다.

그의 조언은

가볍게 개무시한다.

그때 이때 잠시 노출해서 그런지

상체에 모기가 30방 물렸다.

땀을 사랑하는 모기가

내 몸을 다 애무해 버렸다.

지금도 너무 간지러워 미치겠다.

샐러드 위에

구운 바라만디

생선이 나왔다.

샐러드도 아삭아삭 신선하고

생선도 큼직하고

커다란 레몬을 뿌려서

야무지게 싹싹 다 발라먹는다.

아주 맛있다.

잘 먹었으니

이제 수영을 즐겨보자.

이번에는 락풀로 가봤다.

매번 지나가면서

여기에 담그지는 않았는데

오늘이 바로 미역 감는 날이다.

물 높이도 안전하니

내 목과 어깨까지 온다.

바닷물이라 그런지

몸이 잘 뜬다.

더운 날씨에

물속에서

허부적 허부적

손짓과 발짓을 좀 하니

겁나 시원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할머니가 물 위에 누워서

행복한 표정을 보니

저걸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물 위에 누우니

머리는 시원하고

온몸이 가벼운 것이

세상 근심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하늘을 바라보니

오로지 파란색으로 펼쳐진

공간만 보이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우주 공간 속에 붕 떠있는

그런 착각에 빠진다.

그 잠시 동안

행복을 느꼈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지만

그저 존재하는 느낌.

굳이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아마도

무위無爲.

수영하다가 바다를 쳐다보는데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손바닥 반 정도 크기에

게가 집게발로

해초인지 조개인지를

식사를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게가 먹는 동작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쳐다봤다.

투명한 양 집게발로

열심히 입으로

뭔가를 집어넣는다.

실컷 놀아도

더 놀고 싶다.

그래서 집으로 가기가

너무 아쉽지만

나는 신데렐라.

남편이 퇴근하지 전에

집으로 도착해야 하는

마법에 걸린 가정주부

그래서 집으로 갈 준비를 한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마지막으로

락풀 풍경을 담으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페리 타러 가기 전

맨리비치를 한 컷 남겨본다.

페리를 타니

아까 락풀에서 봤던

20대 귀여운 한국 숙녀들이 보인다.

시드니 락풀을 제대로 즐기는

한국 여자 파워가 느껴진다.

20대와 50대.

가을에 찾아온 여름

맨리 비치 락풀에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며

신나게 수영을 하고

돌아왔어요.

돌아오는 페리에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호주 시드니

일상이 좋으니

이곳에 오게 해준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동생들,

부모님,

친구,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편

모두 고마워.

덕분에

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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